의협, 보사연 보건의료인력 추계 결과 정면 비판
인구증가율 보다 의사 증가율 5배 ↑ "공급 과잉"
오는 2030년경 의사인력이 최대 약 1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정부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 의료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의사 부족은 커녕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연구결과를 공개하면서 "2030년에 4267명∼9960명의 의사인력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사연의 이번 연구는 방법론부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에 따르면 보사연이 연구에 적용한 ARIMA 모델은 1년 후 예측 등 주로 단기예측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모델이다. 이번 연구와 같이 15년 이상의 중장기 기간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 도구로서는 예측력이 떨어지는 등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사연은 의사들의 근무 일수를 255일과 265일로 설정했는데, 이는 의료기관 개원의들의 실제 근무일수를 반영한 수치가 아니다. 대다수 병·의원들은 일요일 및 법정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료를 수행하고 있어 평균 근무 일수는 연간 300일에 가깝다. 즉 실제 근무 일수를 대입할 경우 2030년 의사공급은 부족이 아닌 과잉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의협은 "의사수급 추계에는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결과값이 도출될 수 있다"며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총량적인 수급 추계 결과만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의협에 따르면 총량적인 수급 추계를 근거로 시행된 정책 실패사례는 1990년대 시행된 무분별한 의대 신설과 정원 증원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급속한 의대 신증설 결과 2003년 이후 매년 33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인력 공급 증가는 의료수요를 창출했으며, 또한 부실의과대학으로 인한 의학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등 국민의료비의 증가와 자원낭비를 가져왔다.
다수 자료에서는 '의사 공급 과잉' 우려
보사연 연구결과와는 달리 기존의 다른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OECD 국가의 의사밀도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3위를 차지했는데, 의사밀도 9.86/㎢는 OECD 평균 4.25에 비해 현저히 높다. 즉, 동일면적 내에 의사밀도가 높아 환자가 의사를 접할 기회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 자료에서도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증가율(7.5%)보다 의사 수 증가율(40%)이 약 5배 정도 높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경에는 의사인력의 초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수와 증가율을 OECD와 비교한 결과 역시 우리나라의 의사 공급 과잉을 예측게 한다. 2010년 활동 의사 수는 2005년 대비 2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6.9% 증가에 그쳐, 우리나라의 활동 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또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인력 총량과 의사 분포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혼선"이라며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 등 지역 불균형 문제는 총량 정책으로 풀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와 의료인력 배치·활용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보사연의 정식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는 즉시 통계학자 등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심층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인력 수급현황 및 공급 전망에 관한 연구'과제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