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을 위한 바른 소리, 의료를 위한 곧은 소리
updated. 2024-04-27 13:15 (토)
"15년 뒤 의사 부족 사태? 제대로 보면 '과잉'"

"15년 뒤 의사 부족 사태? 제대로 보면 '과잉'"

  • 이석영 기자 leeseokyoung@gmail.com
  • 승인 2015.04.03 11:44
  • 댓글 0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톡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의협, 보사연 보건의료인력 추계 결과 정면 비판
인구증가율 보다 의사 증가율 5배 ↑ "공급 과잉"

오는 2030년경 의사인력이 최대 약 1만 명 부족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정부 연구결과 발표에 대해 의료계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의사 부족은 커녕 공급 과잉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정부 출연 연구기관인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최근 '보건의료인력 수급 중장기 추계' 연구결과를 공개하면서 "2030년에 4267명∼9960명의 의사인력 공급이 부족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보사연의 이번 연구는 방법론부터 문제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대한의사협회(회장 추무진)에 따르면 보사연이 연구에 적용한 ARIMA 모델은 1년 후 예측 등 주로 단기예측을 할 때 많이 사용하는 모델이다. 이번 연구와 같이 15년 이상의 중장기 기간을 예측하기 위한 연구 도구로서는 예측력이 떨어지는 등 방법론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보사연은 의사들의 근무 일수를 255일과 265일로 설정했는데, 이는 의료기관 개원의들의 실제 근무일수를 반영한 수치가 아니다. 대다수 병·의원들은 일요일 및 법정공휴일을 제외하고는 모두 진료를 수행하고 있어 평균 근무 일수는 연간 300일에 가깝다. 즉 실제 근무 일수를 대입할 경우 2030년 의사공급은 부족이 아닌 과잉이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 보사연은 의사의 근무일수를 연간 255~265일로 추정해 2030년도에 의사 수가 부족할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나 의료계는 의사 연간 근무일수가 300일에 가까워, 이를 기준으로 할 경우엔 의사 부족이 아닌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또 의료수요와 발생 추이가 해마다 변화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 10년 동안의 수요로 미래를 예측하는 보사연의 연구 방식으로 과연 적절한 수요 예측되는지 의문을 제기했다. 현재 노령인구가 증가하고는 있지만, 출산율 감소로 인해 우리나라 전체 인구는 감소추세인 상황 등이 연구에 적절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의협은 "의사수급 추계에는 수많은 요소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시나리오별로 다양한 결과값이 도출될 수 있다"며 "다양한 변수에 대한 고려 없이 단순히 총량적인 수급 추계 결과만을 정부 정책에 반영하는 것은 어리석다"고 비판했다.

의협에 따르면 총량적인 수급 추계를 근거로 시행된 정책 실패사례는 1990년대 시행된 무분별한 의대 신설과 정원 증원 정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당시 급속한 의대 신증설 결과 2003년 이후 매년 3300명의 졸업생이 배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의료인력 공급 증가는 의료수요를 창출했으며, 또한 부실의과대학으로 인한 의학교육과 의료서비스의 질 저하 등 국민의료비의 증가와 자원낭비를 가져왔다.

▲ 활동 의사수 및 증가율 OECD 평균과의 비교 (2005년-2010년(단위: 명/ 인구 1,000명/ %) ※ 자료 : 보건의료 통계분석 (OECD Health Data 2012), 의료정책연구소.

다수 자료에서는 '의사 공급 과잉' 우려

보사연 연구결과와는 달리 기존의 다른 통계자료를 분석해 보면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대표적으로 OECD 국가의 의사밀도 자료를 살펴보면, 2010년 기준 우리나라는 3위를 차지했는데, 의사밀도 9.86/㎢는 OECD 평균 4.25에 비해 현저히 높다. 즉, 동일면적 내에 의사밀도가 높아 환자가 의사를 접할 기회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다는 의미다.

인구 10만 명당 의사 수 자료에서도 2000년 대비 2010년 인구증가율(7.5%)보다 의사 수 증가율(40%)이 약 5배 정도 높다. 현 추세대로라면 2020년경에는 의사인력의 초 공급과잉이 우려된다.

인구 1000명당 활동의사수와 증가율을 OECD와 비교한 결과 역시 우리나라의 의사 공급 과잉을 예측게 한다. 2010년 활동 의사 수는 2005년 대비 25%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6.9% 증가에 그쳐, 우리나라의 활동 의사 증가율이 OECD 평균 증가율보다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 우리나라의 인구 10만명당 의사수 추계
신현영 의협 홍보이사 겸 대변인은 "의사인력이 과잉이거나 부족한 경우 모두 국가적인 자원과 비용의 낭비를 초래한다"며 "이런 차원에서 적정 인력수급에 대한 객관적인 연구와 근거 확보는 매우 중요한 과제이기 때문에 이해당사자와 전문가 등이 모두 참여하는 공적이고 투명한 논의기구의 발족과 이를 통한 우리 현실에 맞는 모형개발과 인력수급 모니터링 등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의사인력 수급에 대한 논의에서 항상 문제가 되는 것이 인력 총량과 의사 분포의 불균형 문제에 대한 혼선"이라며 "의사인력의 수도권 집중 등 지역 불균형 문제는 총량 정책으로 풀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에 대한 투자와 의료인력 배치·활용 등에 대한 정책적 고민을 통해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의협은 보사연의 정식 연구 보고서가 발간되는 즉시 통계학자 등 외부 전문가 자문을 거쳐 심층검토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또 의협 의료정책연구소는 '의사인력 수급현황 및 공급 전망에 관한 연구'과제를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 기사속 광고는 빅데이터 분석 결과로 본지 편집방침과는 무관합니다.